소니의 간판 하드웨어인 플레이스테이션(플스)의 휴대용 타입인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SP)이 모습을 들어냈을 때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플스2를 축소해놓은 스펙에, 고화질 액정, 단순한 게임기가 아닌 멀티미디어기기로써 세인들의 무수한 관심을 받으며 그렇게 PSP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저는 얼리어댑터도 소니 매니아도 아닙니다. 단지 디지털 기기를 좋아하고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죠. 차세대 기종이라 불리던 소니 플스, 세가 새턴등이 등장하던 시기부터는 줄곧 플스진영만 유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플스를 총 4대정도 사용했고, 플스2가 2대, 여기에 PSP까지 소니의 플스라는 하드웨어를 총 7대 정도 사용하게 되었으니 플스 매니아라는 말은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PSP가 발매된지 꽤 시일이 흘렀고, 여기저기서 많은 리뷰를 했으니, 저는 간단히 한달 사용한 소감을 한번 써보겠습니다.
스크롤 무지하게 깁니다. 유의하세요...^^
PSP의 첫 느낌은 '고급스럽다'입니다. 기존의 휴대용 게임기들이 딱 봐도 '게임기네'라는 소리가 나오는 외형적 특징과 함께 조금은 유치한, 어린이 장난감 같은 느낌을 주었다면 PSP는 고급스럽고 무언가가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합니다. PSP의 전면은 광택이 나는 재질로 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상당히 신경이 쓰이죠. 혹시라도 먼지 묻을까, 기스날까, 애지중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보는 것과 달리 상당히 단단하므로 크게 걱정할 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전면과 반대로 후면은 무광택 재질로 되어 있으며, UMD 트레이의 PSP로고는 금속 재질로 상당한 포스를 느끼게 합니다. 주요 하드웨어들과 배터리가 수납되면서 볼록 튀어나온 양쪽 부분은 손으로 잡았을 때 그립감을 좋게 하기 위한 한 수단으로써도 사용됩니다. 문제는 의도한 것보다 그립감이 별로라는 것이죠. 좀 과격한 액션 게임을 하다보면 슬슬 손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PSP를 볼 수 있습니다. 그에 따라 시중에 이러한 그립감을 보강해주는 제품들이 나와 있습니다. 저는 아머케이스와 로지텍 케이스만 사용해 보았는데 제 손에는 아머케이스가 딱이더군요. 적당한 그립을 유지해 주는게 아주 좋았습니다. 로지텍 케이스에 아머케이스를 넣을 수 있었다면 아마도 아머케이스를 계속 사용했을 겁니다.
전면 좌측에는 방향키와 아날로그 키가 존재합니다. 사이드에는 무선랜 스위치가 있습니다. 우선 무선랜은 그거 그렇습니다. NUD나 PUD를 통해 네스팟의 VOD서비스를 이용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지만 인트라스트럭쳐를 이용한 네트워크 대전은 별로 였습니다. 제가 해본게 니드포스피드:모스트원티드 뿐이지만 한 게임 뛰어보고는 바로 방출시켜 버렸습니다. 사실 니드포를 산건 온라인의 매력 때문이었는데 게임상에서 렉이 상당히 거슬릴 정도 였습니다.
방향키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대각선 압력인데요. PSP 구매자의 80%이상이 이러한 문제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위닝 유비쿼터스와 DJ Max Portable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이 부각되었습니다. 물론 제 PSP도 대각선 안먹습니다...ㅡㅡ 조만간 서울로 A/S하러 가야겠습니다.
아날로그는 처음에는 꽤 생소한 감이지만 쓰다보면 익숙해집니다. 이전의 듀얼쇼크가 한 점을 기준으로 상하좌우로 기울이는 움직임이었던 반면 PSP의 아날로그는 상하좌우로 미는 움직임입니다. 처음 이 아날로그를 접하신 분들은 꽤 당황하실 겁니다..^^
우측면에는 4개의 입력키와 전원 스위치가 있습니다. 전원스위치는 기존 소니의 휴대용 기기들(디카, 캠코더, 클리에등)과 동일하게 한쪽으로 미는 것으로 파워가 켜지고 반대로 내림으로써 HOLD가 걸립니다.
버튼 역시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유독 'ㅁ' 버튼의 키감이 이상합니다. 나름대로 원인을 분석한 결과 4개의 버튼들의 가운데를 중심으로 각 버튼들이 상하좌우로 약간 기울어져 있습니다. 오른손으로 그립을 잡았을 때 당연히 엄지손가락은 PSP 바깥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따라서 상하우측의 버튼들은 딱 그립에 맞는 반면 기울기가 엄지손가락과 정 반대로 되어 있는 'ㅁ'버튼은 한쪽 모서리부터 눌리기 때문에 적당한 키감을 전달해 주지 못하고 거기다 키 압력도 조절이 잘못되어 있는지 확실히 눌러주지 않으면 키값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역시 A/S 대상입니다.
좌측 하단에는 스트랩을 걸 수 있는 고리가 있습니다. PSP의 사이드를 빙 둘러 은색으로 처리가 되어 있는데 꽤 고급스럽습니다.
또 다른 문제점인 UMD 트레이의 유격현상이 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는 UMD를 제거하고 사진을 찍어 잘 표가 나지 않습니다만 유심히 보시면 UMD 트레이와 바깥면이 어긋나 있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반대쪽은 잘 맞아떨어지는데 이쪽만 유독 유격현상이 발생합니다. 다행히 제 PSP는 유격현상을 넘어선 이른바 '플라잉 디스크'현상(PSP 하단에 강한 힘을 주면 UMD 트레이가 열리면서 UMD가 튀어 나가는 현상)은 없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입니다. 혹시라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시는 분들은 아머케이스등 PSP의 외부를 꽉 조여줄 수 있는 케이스의 사용을 심각히 고려하셔야겠습니다.
UMD 트레이 내부입니다. 기존 소니의 MD 트레이와 아주 유사한 구조입니다. UMD를 삽입하면서 꾹 눌러주면 고리에 의해 UMD가 트레이에 고정되고 상단의 UMD OPEN 스위치를 이용해 트레이를 열면 이 고리가 풀리면서 UMD가 상단으로 빠져 나옵니다.
기능상의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PSP의 기본 바탕화면은 매월 그 색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PSP의 내장시계를 기준으로 매월 1일이 되면 해당 월에 맞는 색으로 바탕화면이 변경됩니다. 그외에도 이미지를 이용하여 바탕화면을 만들어 줄 수도 있지만 가독성이 떨어져 그리 추천할만하지는 않습니다.
PSP는 게임 이외에 여러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자주 사용하게 되는 것은 결국 MP3 플레이와 MP4 비디오 플레이 뿐입니다. 그외에 사진도 잠깐 사용하기는 합니다.
MP3는 그냥 무난한 수준입니다. 전용 MP3 플레이어와 비교하면 좀 파워가 약하게 느껴집니다. 고급 이어폰을 사용하여 어느정도 무마시킬 수는 있지만 역시 근본은 바꾸기 어렵습니다. 음악에 민감한 귀를 가지신 분들은 조금 거슬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영상 플레이는 MP4로 한번 인코딩해야하는 불편함을 가지고 있지만 고화질의 액정이 모든것을 상쇄해 줍니다. 한번 PSP의 동영상을 접하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죠. 16:9의 DVD, HD급 화면 비율을 가지고 있어 영화보기에 딱 입니다. 다만 몇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우선 최대 해상도를 사용하지 못합니다. 일간에 들리는 이야기로는 소니에서 의도적으로 막았다고 하는데 왜 그랬는지 의문입니다. 덕분에 선명한 화면을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오리지널 사이즈로 보면 정말 놀랄만한 화질을 보여주지만 상하좌우의 남는 공간을 보면 전체화면을 이용하고 싶어지는게 사람 심리지요. 억지로 화면을 늘려버리니 선명하던 화질이 뭉게지는건 당연합니다. 덕분에 기본 내장 플레이어보다 별도의 프로그램을 사용할 환경이 되시는 분들은 별도 프로그램을 통해 풀화면으로 인코딩된 고화질 영상을 보고 계십니다. 펌웨어 2.6으로 이런 외부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못하는 저같은 사람은 무지 배아픕니다...ㅡㅡ;;; 다음으로 임시 저장 문제. 보던 부분에서 종료시키면 그 부분을 저장해야 합니다만 PSP에서는 단 하나의 파일에 한해 플레이되던 지점을 저장합니다. 실수로라도 다른 영상을 플레이했다간 빨리감기 되감기를 통해 보던 지점을 찾아야 하는 난점이 발생합니다..ㅡㅡ
정말 소니에 이렇게 빕니다. 다음번 펌웨어에서는 쓸데없는 짓하지 말고 풀화면 영상 지원과 각 파일별 북마크 기능 좀 추가해 줬음 좋겠습니다. avi지원, mpeg지원 이런거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냥 풀화면 영상 지원과 북마크만 좀 어떻게 해주시길...
앞서 화질이 좋다라고 이야기 했지만 사실 액정의 특성상 격자가 보입니다. 문제는 액정의 성능이 너무 좋다보니 이 격자가 유난히 튀어보인다는 겁니다...ㅡㅡ;;; 노트북이나 PC용 LCD에서는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작은 화면을 가까이에서 좋은 액정으로 봐서 그런지 유난히 튑니다. 좀 거슬리는 부분...
PSP는 유용한 주변기기를 기본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파우치야 별도의 케이스를 사용하면 쓸일이 없지만 이 스트랩은 필수입니다. 딸랑딸랑거리는게 걸리적 거린다 생각하시는 분. 그냥 들고 다니면서 사용하시다간 만유의 인력을 PSP를 통해 몸소 체험하실 최고의 기회가 올지도 모릅니다...ㅡㅡ 아스팔트 혹은 콘크리트 혹은 대리석 기타등등에 PSP가 자유낙하하는걸 보고 싶지 않으시다면 꼭 스트랩 PSP에 걸고 손목에 걸고 사용하세요. 액정깨지면 피눈물 납니다..ㅡㅡ;;
PSP 최악의 번들 주변기기는 이어폰도 파우치도 아닌 바로 이 리모콘입니다...ㅡㅡ 사진으로는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지만 직접 보고 만져 보면 정말 싸구려티 납니다.. 흡사 중국에서 만든 모조품 같습니다. 키감도 엉망인데다가 저가의 플라스틱을 썼는지 손으로 만지면 맨질맨질한게 정말 기분 나쁩니다...ㅡㅡ;;; 차라리 클리에 N시리즈에 있던 리모콘이 기능상에 큰 차이도 없지만 훨씬 좋아 보입니다. 애초에 막대형 리모콘이었다는데 왜 이따위로 바꿔놨는지 의문입니다.
PSP에서는 기존과 다른 디스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UMD(Universal Media Disk 맞나...ㅡㅡ;;)라 불리는 녀석으로 첫 느낌은 MD. 바로 그것입니다. 용량은 약 1.8기가가량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완전 밀폐형이 아니라 뒷면의 일부가 개방된 형태라 막 굴리기는 좀 그렇습니다.
데이터 저장에는 누가 소니 아니랄까봐 메모리스틱을 사용합니다. 사진은 PSP 기본팩에 들어있는 32MB 메모리스틱으로 사실 PSP 구매하고 한번도 안써봤습니다...ㅡㅡ;; 음악 넣기도 그렇고 영화 넣기도 그렇고.. 무언가 애매한 사이즈입니다. 덕분에 PSP 판매개시 후 시장에 메모리스틱 1기가가 완전 동났었죠. 전 현재로는 소니 정품 1기가와 샌디스크 512MB를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좀 부족함을 느껴 며칠전 샌디스크 2GB를 주문해 버렸습니다...ㅡㅡ;;; 1.5기가는 조만간 방출 예정입니다. 이래저래 본체보다 주변기기에 돈이 더 많이 들어가는 PSP입니다..(지금까지 산 타이틀에 주변기기 값만 합쳐도 벌써 밸류팩하나는 더 질렀을 듯...ㅡㅡ;;)
PSP를 한달간 사용한 사용기를 써봤습니다. 너무 단점만 부각시킨것 같은데 장점은 이미 많은 리뷰를 통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쓰면서 아쉬운 부분만 적어봤습니다. PSP. 현재로써는 저에게 최고의 멀티미디어 기기임에 틀림없습니다. 특히나 고화질의 액정. 이거 하나로 모든 단점은 커버가 됩니다. 한번 보면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기 힘듭니다. 지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솔솔들게 하는게 바로 PSP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3월부터는 각종 킬러 타이틀들이 쏟아져 나올 기세이므로 구매시기가 아주 시기적절했다는 생각입니다..^^